한자 교육 & 칼럼 (제30편)

한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자 구성의 6가지 원리 '육서(六書)' 상세 해설

발행일: 2026-09-23 • 작성: 일일한자 편집부
요약: 후한 시대의 문자학자 허신이 정리한 한자 생성의 6대 법칙(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을 쉬운 글자 예시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옥편이나 자전을 펼쳐보면 수만 자에 달하는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토록 방대한 글자들을 옛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요? 혹시 글자 하나하나를 아무런 규칙 없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한자는 수천 년에 걸쳐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조형 기호 체계입니다. 기원후 100년경 중국 후한 시대의 문자학자 허신(許愼)은 최초의 한자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집필하면서, 수많은 한자들이 만들어지고 쓰이는 6가지 근본적인 법칙을 체계화했습니다. 이를 한자학에서는 '육서(六書)'라고 부릅니다. 한자의 뿌리를 밝혀주는 육서의 6가지 비밀을 명쾌하게 풀어드립니다.

1.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象形)'

• 원리: 구체적인 사물의 외형적 특징을 선과 곡선으로 단순화하여 그린 그림 문자입니다. 한자의 가장 원초적인 모태가 됩니다.

• 대표 글자:

• 日 (날 일): 둥근 태양의 흑점 모양을 본뜸

• 月 (달 월): 밤하늘에 뜬 초승달의 모양

• 山 (뫼 산): 세 개의 솟아오른 산봉우리

• 木 (나무 목): 줄기와 가지, 뿌리가 뻗은 나무의 형상

2.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위치를 기호화한 '지사(指事)'

• 원리: 사물의 모양으로 그릴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 방향, 위치, 숫자를 점(·)이나 선(ㅡ)과 같은 상징 기호로 가리켜 나타낸 글자입니다.

• 대표 글자:

• 一, 二, 三: 손가락이나 나뭇가지의 개수를 선으로 표시함

• 上 (위 상): 기준선(一) 위에 점이나 짧은 선을 그어 '위'를 표시함

• 下 (아래 하): 기준선(一) 아래에 짧은 선을 그어 '아래'를 표시함

• 本 (근본 본): 나무 목(木)의 뿌리 밑동 부분에 가로획(一)을 그어 '나무의 뿌리, 즉 근본'을 나타냄

3. 뜻과 뜻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든 '회의(會意)'

• 원리: 이미 만들어진 둘 이상의 글자(주로 상형이나 지사)의 '뜻(意)'을 합쳐(會), 전혀 새로운 제3의 뜻을 만들어낸 글자입니다.

• 대표 글자:

• 休 (쉴 휴): 사람(人)이 나무(木) 그늘에 기대어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

• 明 (밝을 명): 가장 밝은 천체인 해(日)와 달(月)이 만나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춤

• 林 (수풀 림): 나무(木)와 나무(木)가 나란히 모여 숲을 이룸

• 信 (믿을 신): 사람(人)이 하는 말(言)에는 거짓이 없고 믿음이 있어야 함

4. 뜻과 소리가 결합한 대표 조자 원리, '형성(形聲)'

• 원리: 한 부분은 뜻(형태 形)을 나타내는 부수를 담당하고, 다른 한 부분은 소리(음 聲)를 담당하여 결합된 글자입니다. 한자의 조자 원리 중 가장 폭발적인 생산력을 가진 핵심 원리입니다.

• 대표 글자:

• 淸 (맑을 청): 뜻은 물 수(氵)에서 오고, 소리는 푸를 청(靑)에서 따옴 ➔ 물이 푸르고 맑다

• 問 (물을 문): 뜻은 입 구(口)에서 오고, 소리는 문 문(門)에서 따옴 ➔ 문간에서 입으로 길을 묻다

• 功 (공로 공): 뜻은 힘 력(力)에서 오고, 소리는 장인 공(工)에서 따옴 ➔ 힘을 다해 이룬 업적

5. 본래의 뜻을 굴려 새 뜻으로 파생시킨 '전주(轉注)'

• 원리: 이미 존재하는 글자의 본래 뜻을 굴리고 회전시켜(轉), 연관된 다른 뜻으로 끌어다 넓혀 쓴(注) 운용 원리입니다.

• 대표 글자:

• 樂 (풍류 악): 본래 악기나 음악을 뜻하던 글자가, 음악을 들으면 기쁘다는 뜻에서 '즐길 락(樂)'으로, 산수를 즐긴다는 뜻에서 '좋아할 요(樂)'로 의미가 확장됨

• 長 (길 장): 공간이나 길이가 길다는 뜻에서 시간이 길다(오랠 장), 나이가 많다(어른 장), 나이가 많은 우두머리(교장, 반장 장)로 뜻이 전주됨

6. 뜻과 상관없이 소리만 빌려 쓴 '가차(假借)'

• 원리: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의 고유한 글자가 없을 때, 뜻은 버리고 발음이 같은 다른 한자의 '소리만 거짓으로 빌려와(假借)' 표기한 방식입니다. 주로 외래어 표기에 널리 쓰입니다.

• 대표 글자:

• 亞細亞 (아세아): 대륙 '아시아(Asia)'의 발음을 빌려 표기함

• 佛陀 (불타): 산스크리트어 '붓다(Buddha)'의 소리를 빌려와 '부처'를 나타냄

• 自 (스스로 자): 원래는 사람의 '코'를 본뜬 상형자였으나, 자신을 가리킬 때 코를 가리키는 손짓에서 '스스로'라는 뜻으로 소리와 의미를 빌려 쓰게 됨

육서를 알면 한자가 한눈에 꿰뚫린다!

상형과 지사로 기초 한자의 씨앗을 뿌리고, 회의와 형성으로 수천 자의 어휘 나무를 울창하게 키웠으며, 전주와 가차로 언어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이 6가지 원리를 가슴에 품고 한자를 마주하면, 낯선 한자라도 부수와 음의 구조를 스스로 해체하고 조립하는 놀라운 통찰을 얻게 됩니다!
📖 참고문헌 및 공식 출처 (References)
  • 허신(許愼) - 후한 시대 최초의 한자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 서문(序文) 육서론(六書論)
  • 《주례(周禮)》 지관사도(地官司徒) 보씨(保氏) 육서(六書) 기록
  • 서중서(徐中舒) 편찬 - 《갑골문자전(甲骨文字典)》 고대 한자 조자 원리 해설